문학/연애란...?

[연애] 당신이 궁리할 때 그녀들도 궁리한다. (어느 부부의 이야기)

AC 2019. 2. 20. 21:16





이번에는 내가 남편을 만났을 때의 상황과 그 때 대화를 가감 없이 소개해볼까 한다.



인간은 참 이상한 동물이다.



때로는 마땅히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알면서도 막상 그 상황이 닥치면 전혀 엉뚱한 행동을 한다.



아마도 인간이라는 존재가 이성과 감성의 결합체이기 때문이리라.



여기에 남자, 여자로 갈리면 같은 상황을 놓고서도 전혀 다르게 서술하는 희한한 광경이 벌어진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먼저 남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 날은 오후 3시쯤 회의를 마치고 회사를 나왔다. 


그 시간에는 거의 항상 길이 막혔기 때문에 차를 모는 대신 택시를 타기로 했죠. 태깃를 잡으려고 도롯가에 서 있는데, 갑자기 아름다운 여성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당장이라도 말을 걸고 싶을만큼 아름다웠지요. 저는 신사란 참을성 있는 늑대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섣불리 나서지 않고 기다렸습니다.


 성급하게 다가가면 대놓고 헌팅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읜까요. 처음부터 나쁜 인상을 주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저는 점점 더 초조해졌습니다. 


어떻게 다가가야 할 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이러다 택시 한 대라도 나타나면 그녀는 훌쩍 가버릴 것이었죠. 하지만 하늘이 도우셨는지 삼십 분이 지나도록 택시느 오지 않았습니다. 그때 '콜택시'라는 세 글자가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그 순간을 놓치면 영영 기회를 잃을 것이엇기에 저는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다가갔습니다.



"어디까지 가십니까?"




태연하게 묻기는 했지만 사실 그때 제 가슴은 터질 것만 같았습니다. 


만약 그녀가 무시하기라도 하면 얼마나 민망하겠습니까?



"○○○까지 가요"



다행히 그녀는 대답해주었고 저는 당연히 그럴 줄 알았던 것처럼 자연스레 말을 이어갔습니다.



"보니까 그쪽도 꽤 오랫동안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서요. 제가 콜택시를 부르는 김에 한 대 더 부르겠습니다. 기다렸다가 콜 비용만 조금 더 내시면 됩니다."



"저도 전화해봤는데 차가 없다고 하던데요."




그녀는 제가 예상한 대로 대답했습니다. 그 덕에 미리 준비한 비장의 무기를 꺼내놓을 수 있었지요.




"걱정 마세요. 차는 이미 오고 있으니까요."



그렇습니다. 사실 그녀에게 말을 걸기 전에 이미 택시를 불러놓았던 것입니다.



이러한 준비 덕분에 저는 침착할 수 있었습니다.





"아! 그럼 잘됐네요."



"여기서 택시를 자주 타시나 봐요. 이 주변은 택시잡기가 힘들지 않나요?"



저는 다음 화젯거리를 던지면서 자연스레 그녀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었기 때문입니다.



"네, 이 시간대는 특히 힘들죠."




"잘 아시는 걸 보니 그쪽도 이 빌딩에서 일하시나 봐요?"



저는 그녀의 경계심도 누그러뜨리고 친근감도 쌓을겸 이 질문으로 나도 같은 빌딩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넌지시 알렸습니다.



"네."




"저는 이십팔 층에 있는 금융사에 다닙니다. 그쪽은요?"





그리고 또 한 번, 나는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진 괜찮은 사람이라는 점을 전달했습니다.



외모야 보면 아는 것이지만 능력과 신분은 알 수 없으니까요.



"저는 오 층에서 일해요. 언론사 다니고요."




"어쩐지! 분위기가 꼭 그럴 것 같더라구요."



이 대목은 그녀와 나눈 대화 중 제가 유일하게 실수한 부분입니다. 




원래는 그녀를 치켜세우려는 의돟였지만 막상 내뱉고 보니 꼭 비꼬는 말 같더군요.



"이 시간에 퇴근을 다 하시고, 금융 일 하신다면서 꽤 한가하시네요?"



그녀는 싸늘한 표정으로 이렇게 맞받아쳤습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 말에 돌처럼 굳어버렸을 겁니다. 저도 심자이 덜컹했지만, 애써 웃으며 위기를 넘겼습니다.




"저처럼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른 사람들은 한가한 편입니다. 하하하!"


나 잘났다고 자랑하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았을 뿐이죠. 



다행히 그녀는 제 말을 농담으로 받아주었고 이후의 대화는 매우 유쾌하게 흘러갔습니다. 



헤어질 무렵 저는 그녀에게 명함을 주며 말했습니다.



"다음번에도 택시가 안 잡히면 저한테 전화를 주세요"



"그럴게요."




"아, 그런데 저희가 미국계 회사라서 명함에 연락처가 없네요. 괜찮으시면 전화번호를 직접 불러드려도 될까요?"




사실, 명함은 연락처가 있는 것과 없는 것 두 종류 였습니다. 



일부러 없는 명함을 준 것이지요. 이렇게 우리는 자연스럽게 전화번호를 교환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왜 남편에게 전화번호를 알려주었을까? 



남의 이야기에서 그 이유를 발견했는가? 



그가 생각한 성공 포인트와 내가 연락처를 알려주기로 결심한 지점은 다소 다르다. 


사실, 내 마음을 움직인 것은 그가 무의식적으로 취한 행동 몇 가지 때문이었다.



그 날은 9월 30일이었다. 



일이 정오에 일찌감치 끝났지만 

그 시간에는 택시가 잘 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일부러 기다렸다가 오후 3시쯤에 사무실을 나섰다 그러나 웬일인지 그날따라 도통 택시가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안 되겠다 싶어서 지하철을 탈 요량으로 막 자리를 뜨려는데, 갑자기 내 오른편에서 잘 생긴 남자가 나타났다. 


그를 본 순간 나는 택시가 올 때까지 무조건 기다리기로 작정했다. 


그 전에 이 남자가 제발 말을 걸어주길 간절히 바라면서 말이다. 물론 내가 먼저 말을 붙일 수도 있지만, 너무 나대는 여자로 보이고 싶지 않았다. 기쁘게도 잠시 후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어디까지 가십니까?"


"○○○까지 가요."

"그럼 콜택시를 부르시는 게 어떨까요? 제가 불러드리죠"



"저도 불러봤지만 이 근처에는 차가 없다고 하던데요."



내가 한 대답이지만 어쩜 이렇게 바보 같은지!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그와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무슨 말이든 해야 했다.



"여기서 택시를 자주 타시나 봐요. 이 주변은 택시잡기가 힘들지 않나요?"



"네, 이 시간대에는 특히 힘들죠."


나는 그가 내 말에 담긴 의도를 제대로 헤아려주길 바랐다. 


나는 이 근처에 자주 와요. 그러니 어서 전화번호를 물어봐요 



어서(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 하나. 남자들이 어떻게 전화번호를 받을 수 있을까 고민할 때, 여자들은 어떻게 하면 남자가 먼저 전화번호를 묻게 만들까 고민한다)!



"잘 아시는 걸 보니 그쪽도 이 빌딩에서 일하시나 봐요?"




"네."



남자는 남녀관계에서 항상 칼자루를 쥐고 싶어 한다. 그 사실을 알기에 나는 내가 지나치게 주도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조심했다.




"저는 이십팔 층에 있는 금융사에 다닙니다. 그쪽은요?"


이런, 나는 원래 금융 쪽 사람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데!



"저는 오 층에서 일해요, 언론사 다니고요."



"어쩐지! 분위기가 꼭 그럴 것 같더라구요."



여태껏 나에게 이와 비슷한 말을 한 사람이 어림잡아 800명은 될 것이다.




"이 시간에 퇴근을 다 하시고, 금융 일 하신다면서 꽤 한가하시네요?"



사실, 나는 그 때 머릿속으로 금융과 관련해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열심히 뒤져보고 있었다.



어떻게든 공통 화제를 찾아야 대화를 계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문득 중국금융공사에서일하는 친구가 지독한 워커홀릭이라는 점이 떠 올랐다. 그래서 같은 일을 하는 그는 친구에 비해 여유 있어 보인다는 점을 칭찬하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비꼬는 말처럼 들리고 말았다.



이게 무슨 실수란 말인가! 하지만 다행히 그는 기분나빠하지 않고 재치 있게 대화를 이어갔다.



"저처럼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른 사람들은 한가한 편입니다 하하하!"



이후의 대화는 물 흐르듯 순조롭고 유쾌했다. 잠시 후, 그가 명함을 내밀었다.



"다음번에도 택시가 안 잡히면 저한테 전화를 주세요."



"그럴게요."




"아, 그런데 저희가 미국계 회사라서 명함에 연락처가 없네요. 괜찮으시면 전화를 직접 불러드려도 될까요?"


나느 최대한 자연스럽게 휴대전화를 꺼내서 그의 번호를 입력하고 내 연락처도 알려줬다.


 서로 연락처를 교환하자마자 연출이라도 한 듯이 택시가 도착했고, 나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차에 올랐다. 



어차피 찬바람 부는 길 위에서 종일 이야기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적절한 때에 떠나는 것도 지혜가 아니겠는가.



사실 그를 처음 본 순간,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든 다 받아줄 수 있을 만큼 마음의 문이 열린 상태였다.



그와 나 사이에 다소 거리는 있었지만 하얀 와이셔츠에 까만 정장을 입은 그는 충분히 신사로 보였고,



꽤 호감이 가는 모습이었으니까, 헌팅을 할 때 당신이 어떤 말을 하는지는 그리 중요하지않다. 



여자는 대부분 첫인상만으로 벌써 당신을 상대할지 무시할지를 결정해버리니까.



그러나, 아무리 첫인상이 좋아도 그가 성급히 다가와 말을 걸었다면 나는 그를 선수나 바람둥이로 여기고 무시했을 것이다. 




헌팅에서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당신이 아무리 잘생겼어도 앞 뒤 없이 들이댄다면 거부감을 보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남편은 적당한 때에 적절한 이유를 가지고 대화의 포문을 열었고, 이것이 결정적 한 수로 작용했다.

 그가 적당한 타이밍에 적절하게 말을 건 덕분에 우리는 누가 보아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자연스레 연락처를 교환할 수 있었다.




물론 그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도록 둘 다 내심 무던히 노력했지만!

내 남편도 그랬지만, 남자들은 최대한 헌팅이 아닌 것처럼 행동해야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남자들이여, 지나치게 머리를 굴리지 마시라!





여자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길에서 말거는 남자의 진짜 속내쯤은 눈 감고도 훤히 보인다.




단순히 길을 묻자는 것인지, 아니면 헌팅을 하려는 것인지 '촉'이 온다는 말이다.



그러니 동기를 감추려 애쓰지 말고 차라리 그 노력을 상대 여성이 자연스레 대화에 응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한 데 기울여라. 



상대에게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 자연스러운 무대를 만드렁주라는 것이다. 무조건 다가가서 



"어이, 아가씨! 다리가 참 예쁘십니다, 연락처 좀?" 이라고 말하면 백이면 백 다 당신을 피하지 않을까?




여기서 여성 독자를 위한 작은 팁 하나! 앞서 말했듯 남자는 남녀관계에서 늘 주도권을 쥐고 싶어 한다. 남자의 사랑은 정복감과 성취감, 성, 책임감으로 이뤄진다.




그 중 하나라도 빠지면 안 되고 순서 역시 뒤집히면 안 된다. 


남자의 정복욕을 자극하는 여성이 인기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여성은 남성에게 주도권을 넘겨줌녀서 적절히 관계를 이어갈 줄 안다.




그러므로 여성들이여 마음에 드는 남자가 있다면 먼저 그의 정복욕을 자극하라.



좋은 처싱ㄴ상과 적절한 타이밍, 합리적인 이유, 그리고 주도권! 이 정도는 남편과 나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다들 추측해냈으리라 믿는다. 


그러나 정작 남편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은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거리'다.


 남편은 대화를 능숙하게 주도한 것 못지않게 거리를 훌륭히 활용함으로써 우리의 첫 만남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나에게 첫마디를 건넸을 때 그와 나의 거리는 3미터 정도였다. 



내가 반응을 보이자 그는 대화를 나누면서 1.5미터 거리까지 좁혀왔고, 전화번호를 교환할 때는 20센티미터 정도까지 다가왔다.


 그 이상으로 멀어지면 서로의 휴대전화 화면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과 연락처를 교환하는 경우 사람들은 무심코 상대방의 휴대전화 화면을 볼 수 있는 위치까지 다가선다. 



실제로 들여다보지는 않더라도 그만큼 거리를 좁혀 서게 된다. 남편은 이런 식으로 나의 경계심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레 사적인 거리 안으로 들어왔고, 친근감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만약 상대 여성에게 처음부터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즉 1미터 내로 들어가게 되면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뒤로 뺄 것이다.

(대부분 당신이 다가가는 방향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일단 몸이 피하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는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다. 




그녀의 마음에 펼쳐진 자기방어막이 '사기꾼'이라는 경고등을 깜박거리고 있을 테니까.




여기에 또 한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다. 상황이다. 당시 나는 언제 올지도 모르는 택시를 기다리며 매우 무료한 상태로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는 상대가 아주 못 봐줄 차림만 아니면, 또 앞서 지적한 몇 가지 잘못만 범하지 않는다면 누구에게든 호의적이게 마련이다.



지루함을 면하게 해주었으니 오히려 고마워했을지도 모른다.



처음 보는 이성에게 말을 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삶의 모든 우연에는 반드시 필연성이 존재한다. 그러니 말을 걸까 말까 주저하게 될 때마다 이 사실을 기억하자. 




당신이 그녀에게 어떻게 말을 걸까 궁리하고 있을 때, 그녀 역시 어떻게 하면 당신이 먼저 말을 걸게 만들까 고민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