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연애란...?

[연애] 여자가 알려주는 [인연을 이어가는 강력한 힘! 헌팅]

AC 2019. 2. 20. 19:00



누구나 지하철에서 마음에 쏙 드는 이성과 조우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물론 말을 걸어볼까 말까 주저하는 사이에 상대를 놓쳐버리고 이내 후회하기 일쑤였겠지만 말이다.


그다음 수순은 빤하다. 


허무하게 기회를 날려버린 뒤 '다음번엔 인사라도 해봐야지' 하며 또 다시 결심하는 것이다. 


사실, 그렇다. 말 한마디 건다고 돈 드는 것도 아닌데, 주저할 이유가 뭐 있겠는가?





친구 중 장난기가 굉장히 심한 녀석이 있다. 걸핏하면 농담을 해댔기에 여자 친구가 생겼따는 말을 들었을 때 순순히 믿을 수 없었따. 나는 그에게 여자 친구와 만난 경위를 상세히 밝히라고 추궁했다. 그가 털어놓은 전말은 이랬다.




그 날 지하철을 타기 전에 주간지를 한 권 샀어. 그런데 장사 수완이 좋은 가게 주인이 휴대용 휴지를 서비스로 주더라. 곧 지하철에 타고 빈자리에 앉았지. 그때였어!



지하철 특유의 텁텁한 냄새 대신 은은한 향기가 느껴지는 거야. 옆에 그녀가 앉아 있었던 거지. 속으로 쾌재를 부르려는 순간, 갑자기 그녀가 기침을 햇어. 이내 코까지 훌쩍대는데 듣기 거북할 정도였지.



자칫하면 감기 옮겠다 싶어서 자리를 옮기려는 찰나 그녀와 눈이 마주쳣어. 그런데 오 마이 갓, 정말 예쁜 거야! 그 순간부터 쿵쾅쿵쾅 심자잉 터질 것만 같았어. 드디어 내 운명을 만났구나 싶었지. 한 이 분쯤 고민했나? 역시 이대로 지나치면 안 되겠더라고. 문제는 어떻게 운을 떼느냐 하는 것인데.....








난 잔 머리를 굴리며 궁리하고 또 궁리했어. 




그러다 문득 그녀가 여전히 기침을 심하게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지. 






나는 애써 침착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아까 받은 휴지를 정중히 건넸어. 내심 그녀가 필요 업삳고 하면 어쩌나, 부들부들 떨면서 말이야. 만약 여기서 거절당한다면 더 이상 그녀를 알 기회가 없어지는 거잖아!




"이거 쓰세요."




그녀가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고맙다며 휴지를 받아들었어. 


그 순간 기뻐 죽는 줄 알았지. 하지만 태연한 척 미소 정도 지으며 한마디 했어.




"오늘 웬일로 주간지에 휴지를 끼워주나 했더니 이런 운명 같은 일이 있으려고 그랬나 봅니다."




말해놓고도 나 스스로가 너무 대견했어. 


이 한마디로 내가 아무 여자에게나 집적대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과 그녀와 내가 인연일지도 모른다는 점을 효과적으로 암시한 셈이잖아.


하지만 그녀는 내 말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어. 잠시 당황했지만 다시 용기를 내서 물었지.






"감기 걸리셨어요?"





이번엔 반대로 내 머리를 쥐어박고 싶었어. 이 얼마나 바보 같은 질문이냐구!




그럼 기침하고 콧물 흘리는 사람이 위장병에라도 걸렸을까 봐? 


다행히 그녀는 무시하지 않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줬지.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말을 이어갔어.





"요즘 같은 날씨에는 감기에 걸리기 쉽죠. 다음부터는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하세요. 아, 그러고 보니 저랑 같은 역에서 타신 것 같은데 혹시 이 근처 사세요?"





이 질문의 친절한 면모를 보여주는 동시에 서로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 회심의 일격이었지.


하지만, 그녀는 또 다시 못 들은 척하더라. 아마 이런 식으로 헌팅을 많이 당해봤던 게 아닌가 싶어 여하튼 나는 빨리 작전을 바꿔서 물었어.






"그나저나 휴지는 언제 갚으실 거죠?"





아, 인간의 잠재력이란 참으로 무한해! 만약 이 수를 떠올리지 못했다면 나는 다음 역에서 그녀를 영영 놓쳐버렸을 거야.





"어떻게 갚으면 될까요?"





떨떠름한 표정을 보니 연락처를 흔쾌히 줄 것 같지 않았지만, 어쨌든 나는 별 무리 없이 그녀의 전화번호를 받아내썽. 그러고는 다음에 만날 구실까지 만들어 낸거지.







그가 여기까지 이야기했을 때 우연찮게도 그의 여자친구가 전화를 걸어왔다. 




이후 자연스레 합석을 하게 됐다. 


이런 천금 같은 기회를 놓쳐선 안 될 일! 나는 내친김에 그녀 입장에서의 인터뷰를 강행했다. 그녀에게도 내 친구를 만나게 된 경위를 캐물은 것이다. 그녀가 털어놓은 또 다른 전말은 이랬다.





며칠 동안 감기 기운이 좀 있었는데, 그날 지하철을 타자마자 콧무링 나기 시작했어요. 하필이면 휴지도 안 가지고 와서 고개를 숙인 채 훌쩍이고 있었지요. 


콧물이 주르륵 흐르기라도 하면 얼마나 당황스러워요? 그런데 그때 웬 남자 손이 눈앞에 쑥 나타났어요. 시커먼 것이 꼭 곰발바닥 같아서 영 호감이 안 갔지요. 



하지만 그 손에는 제게 가장 필요했떤 것, 휴지가 들려있었어요. 슬쩍 얼굴을 보니 딱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았기에 고맙다며 휴지를 받았지요. 내게 휴지를 건네고는 이렇게 말하더라군요.





"오늘 웬일로 주간지에 휴지를 끼워주나 했떠니 이런 운명 같은 일이 있으려고 그랬나 봅니다."






그 말을 듣자 가뜩이나 별로였떤 인상이 더 나빠졌어요. 제가 제일 싫어하는 남자 유형이 능글능글하게 말만 잘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대답을 안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묻는 거에요.




"감기 걸리셨어요?"




그때는 정말 한마디 하고 싶었어요. 




"아니, 딱보면 몰라요?" 


라고 말이에요. 하지만 꾹 참고 그냥 고개만 끄덕였죠. 




"요즘 같은 날씨에는 감기에 걸리기가 쉽죠. 다음부터는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하세요. 아, 그러고 보니 저랑 같은 역에서 타신 것 같은데 혹시 이 근처 사세요?"




사실, 전 말 많은 남자 싫어해요. 만약 뒷부분의 말만 하지 않았어도 훨씬 더 호감이었을 거에요.




"그나저나 휴지는 언제 갚으실 거에요?"




여기까지 이르렀을 땐 슬슬 화가 나더라구요.
고작 휴지일 뿐이잖아요. 이걸 갚으라는게 말이 돼요? 그렇다고 "누가 갚는댔어요?" 라고 쏘아 붙일 수도 없어요. 너무 예의가 없잖아요 그래서 할 수 없이 대답했죠.




"어떻게 갚으면 될까요?"




그렇게 저는 이 시커먼 곰 같은 남자에게 전화번호를 건네주고 말았답니다.

여기까지 들은 나는 궁금증이 폭발하여 다시 물었다.



"호감이 없었다면서 왜 전화번호를 알려준 거죠?"




어쨌든 도움을 받았잖아요. 상대가 괜찮다고 하면 몰라도 신세를 갚으라는데 안 갚자니 기분이 찜찜하더라구요. 어렸을 때부터 남에게 뭔가를 빌렸으면 반드시 갚아야 한다고 배운 것도 있고요.




그녀의 말에서 나는 헌팅에 필요한 핵심 노하우를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강력한 이유'다.





상대방이 당신에게 호감이 없어도 연락처를 알려줄 수 밖에 없는 그런 확실한 구실 말이다.



내 친구의 사례는 윌에게 이유의 위대함을 아렬준다. 이유가 존재하면 생면부지의 두 사람도 연락할 수 있다. 


모든 여자가 첫눈에 한 남자를 놓고 자신의 운명임을 깨닫는 것은 아니다. 


첫 인상이 별로였따고 해서 연인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그


렇기에 두 사람 사이에 연락의 끈이 이어질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 이유를 상대방에게 주는 것이 바로 성공적인 헌팅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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