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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상식 part 29] 작은 기업이 큰 기업을 삼킨다 | 보아뱀 전략

AC 2021. 5. 15. 01:18

자산규모가 작은 기업이 자기보다 큰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것


프랑스 소설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읽어보셨나요? 1943년에 출간된 이 소설에는 그림이 많이 등장합니다.

그중에 중절모 그림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중절모는 자기보다 몸집이 몇 배나 큰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입니다.


만일 코끼리가 살기 위해 몸부림치면 보아뱀의 몸통이 터져 위험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경영학에서는 이 보아뱀처럼 자산이 작은 회사가 자기보다 훨씬 규모가 큰 회사를 인수하는 것을 보아뱀 전략이라고 부릅니다.

 

나보다 큰 기업을 꿀꺽하는 보아뱅전략 대표적인 예가 '효성' 과 '하이닉스' 입니다.

 

지난 2009년 9월 자산규모가 6조원인 효성그룹이 자산규모 13조원이 넘는 하이닉스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해서 국내는 물론 해외 투자자들까지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섬유산업에 특화돼 있어서 우리나라 섬유업계의 대표격인 효성이 향후 반도체사업을 하겠다는 취지에서 법정관리 중인 하이닉스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입니다.

 

즉 보아뱀인 효성이 코끼리인 하이닉스를 삼기려고 한 것이지요.

 


하지만 효성에게 하이닉스는 너무 큰 코끼리였습니다.

 

또한 효성의 야심을 뒷받침하기에는 현실이 너무 냉혹했습니다. 우선 반도체사업은 기술점단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업종 중 하나입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반도체사업에는 적어도 해마다 1조원 이상의 막대한 설비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사실 반도체는 생각처럼 그렇게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업종이 아닙니다. 효성은 그룹의 외형확장과 사업다각화를 위해 반도체기업을 인수하려고 했지만, 한 해에 1조원이 넘는 투자를 계속하기란 쉽지 않았죠.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효성그룹은 결국 2달 만에 하이닉스 인수를 포기했습니다.

 


보아뱀 전략을 성공적으로 구사해 기업을 성장시킨 국내 사례도 있습니다. 2013년 NH농협증권은 자신들의 규모보다 4배 이상 큰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했습니다.

 

 

 


물론 합병으로 인해 국내 최대 증권사로 발돋움한 NH투자증권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두 조직을 통합하기 어려운 데다, 합병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죠.

 

하지만 NH농협증권은 조직과 시스템 통합을 피인수업체인 우리투자증권에 맞춰서 진행했고, 각 기업의 노조도 극적인 통합을 이뤄내며 보아뱀 전략에 따른 부작용을 사전에 막았습니다.

 


이처럼 보아뱀 전략을 잘 활용한 기업은 외국에도 많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인도의 '타타그룹' 입니다.

 

글로벌기업으로 부상하려는 타타그룹은 짧은 기간에 기업 규모를 기우고 인재와 기술력을 갖추기 위해 보아뱀 전략을 추진했습니다.

 

먼저 타타그룹 계열사로서 세계 56위에 머물렀던 타타스틸은 지난 2007년 세계 9위 조강생산 능력을 가진 영국 코러스를 121억달러에 인수해 단숨에 세계 5위의 철강회사로 도약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싼 자동차를 만드는 타타모터스 역시 지난 2008년 영국의 세계적 자동차 브랜드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23억달러에 인수해 글로벌기업으로 발돋움했습니다.

 


결국 보아뱀 전략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기업에 득이 될 수도 있고, 실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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