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dy/마케팅

나쁜 기획서를 알면 좋은 기획서가 보인다.

AC 2019. 6. 3. 00:14

나쁜 기획서에서

좋은 기획서의 기준을 찾는다.

 

 

지난 수년간 서바이벌 오디션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참가자들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스토리텔링이 관심을 받기도 했지만

시청자들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심사평이었을 것입니다.

 

초기 서바이벌 오디션의 심사평이 화제가 된 이후, 방송사마다 시청자에게 참가자의 노래 실력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심사평을 해주는 심사위원 모시기에 혈안이 되었습니다.

 

 

저처럼 음악에 문외한인 시청자의 경우, 사실 본선에 진출한 참가자의 노래를 들으면 다 잘부르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심사위원은 실망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그리고 제가 보았을 때 그리 특출 나 보이지 않는 참가자의 노래를 듣고 심사위원이 눈물을 흘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방송사는 참가자가 노래를 부르는 동안 예상 밖의 표정을 짓고 있는 심사위원의 표정과 참가자의 모습을 오버래핑하여 보여주고, 시청자에게 심사평을 통해 심사위원이 왜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 알려줍니다.

 

시청자는 이 장면에 귀를 기울입니다. 그리고 자신은 미처 몰랐던 노래를 듣는 기준을 알게 되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합니다.

 

이런 오디션 방송이 많아져 대한민국 국민들의 노래를 듣는 수준이 높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전략(기획)을 짜서 기획서를 쓰고,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기획서와 나쁜 기획서를 구분해낼 수 없다면, 나쁜 기획서를 보고 열심히 연습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경험이 부족한 기획자일 수록 화려한 PPT 디자인과 사진들, 빛나는 도형들이 깔끔하게 정리된 기획서를 보면서 나도 이렇게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쉽습니다.

 

어떤 기획서는 내가 모르는 경영학적 지식이 즐비하고, 어떤 기획서는 인문학적 철학이 감동적인 스토리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런 기획서를 어렵게 구할 때면 이제 자신도 그렇게 쓸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뿌듯하기도 합니다.

물론 디자인이나 차별적 스토리텔링이 중요하긴 하지만, 좋은 기획서의 기준이 되지는 못합니다.

 

SBS 오디션 프로그램인 <K팝스타>에서 한 참가자가 엄청난 기교와 폭발적인 가창력을 보여주었는데, 심사위원인 박진영이 특유의 인상을 쓰며 "나 노래 잘해, 라고 부르는 것 같다"며 혹평을 했죠.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기획서의 핵심을 놓친 채 기교를 흉내 내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가끔 이렇게 기교로 가득한 기획서를 보고 선배들이나 임원들, 때로는 광고주나 클라이언트가 좋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심사위원의 경우 경험상 기획서를 오랫동안 써 본 적없이 심사만 해온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뛰어난 능력을 가진 선배들, 안목 높은 클라이언트의 경우 좋은 기획서를 알아보고, 전략의 핵심을 간파합니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기교 있는 기획서 박수를 치던 심사위원들도 좋은 기획서가 섞여 있으면 선별해내고, 기교에 속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정말 잘 부르는 노래를 들으면 막귀인 사람들도 감동하듯,

정말 잘 쓴 기획서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습니다.

 

 

저도 예전에는 '도대체 광고주는 전략을 아는 거야? 왜 엉뚱한 전략을 선택하는 거야?' 라고 불만을 가진 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과연 내가 좋은 기획서를 썼는가'에 근본적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좋은 기획서의 기준은 저마다 다를 수 있지만, 나쁜 기획서의 기준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짧은 지식이나마 용기를 내 정리해볼까 합니다.

  좋은 기획서를 쓰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나쁜 기획서를 걸러내는 안목입니다. 어느 정도 기획서를 본 기획자들은 자신이 좋은 기획서를 쓰지는 못하더라도 기획서가 훌륭한지, 그저 그런지, 형편없는지 구분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광고 공모전을 준비하는 대학생들도 자신들이 벤치마킹할 수 있는 기획서를 구하면 '역시 선배들의 기획서는 훌륭해' 라고 생각하며 따라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좋다고 생각했던 기획서가 실제로는 문제가 많은 기획서라면 어떻게 될까요?

 

 

 

 

광고주의 OT 내용을 다시 풀어놓은 기획서

 

어떤 프로젝트를 맡으면 OT(Orientation)을 받습니다.

그런데 OT 내용이 그렇게 길지 않습니다. 광고주가 제품 특징과 시장 상황, 자신들의 고민을 압축해서 설명하기 때문이죠.

 

광고주만큼 자신의 제품이나 경쟁사 제품의 특징을 잘 아는 사람은 없겠죠?

그리고 그들은 매일 시장 상황을 통계로 보며, 어떻게 해야 시장에서 경쟁사 제품을 이길까 가장 오래 고민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해당 시장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고착화된 시각, 메이커적 시각에 빠져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소비자 입장에서 해당 시장, 자신들의 브랜드를 바라봐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광고대행사에 프로젝트를 요청하는 것입니다.

 

  광고대행사는 이런 고민들을 간단한 OT 문서로 받고, 그때부터 시장 상황, 자사 및 경쟁사 제품 등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이해한 것들을 다시 풀어 쓰기 시작하고, 광고주 앞에서 프레젠테이션할 때가 되면 광고주가 알고 있는 내용을 자랑스럽게 OT 문서로 축약해서 설명합니다.

 

  즉 새로운 관점과 철저한 소비자 입장에서 창의적 커뮤니케이션 솔루션 도출을 원했던 광고주에게 '우리는 당신들의 제품, 브랜드의 시장 상황, 경쟁사 제품 등을 이렇게 잘 알게 되었다!'라고 프레젠테이션을 해 버리는 것입니다.

 

  열심히 준비했음에도 광고주가 막상 프레젠테이션을 주의 깊게 듣지 않는 이유는 프레젠터가 자신들이 이미 잘 알고 있는 내용을 발표하고 있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광고대행사는 그런 이유를 모르기 때문에 '열심히 준비했는데 우리 전략을 들으려 하지도 않네? 도대체 왜 저러는 거야!' 라며 가슴을 칩니다.

 

  놀랍게도 제 경험상 광고대행사 기획서의 70% 이상이 OT 문서를 다시 해부해놓고, 그 다음 장에 바로 자신드링 생각하느 콘셉트를 뚝 떨어뜨려 놓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자신들의 기획서가 OT 내용을 해부해놓은 것임을 발견하고 잘못 썼다는 것을 캐치해내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것입니다.

 

 이런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전략의 첫 출발부터 다르게 접근해야 합니다.

 

 

 

 

 

 

경쟁 관점이 들어 있지 않은 기획서

 

기획서에서 범하기 쉬운 또 하나의 오류는 경쟁 관점이 전혀 들어있지 않은 경우입니다.

이는 해당 브랜드가 해당 카테고리의 대표라 착각하고 해당 카테고리를 띄울 수 있는 방법만 고민해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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