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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상식 part 9] 승자의 저주 | 치열했던 국내 면세점 입찰, 그 결과는?

AC 2021. 4. 5. 08:18

 

정의 : 인수합병에 성공한 기업이 이후 주가가 하락하거나 경영이 어려워지는 등 후유증을 겪는 것


 

 

지열한 경쟁에서 이기면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런데 승리한 것이 오히려 저주스럽다는 뜻의 '승자의 저주(winner, curse)' 라는 말이 있습니다.


승자의 저주를 이해하려면 고대 역사에서 '피로스 왕의 승리' 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고대 로마의 철학자 겸 저술가인 플루타르 코스 (우리에게는 영어식 발음인 ,플루타크, 로 알려져 있죠,)가 쓴 《영웅전》에 따르면, 피로스는 기원전 3세기 고대 에피루스 왕국의 왕입니다.

 

피로스 왕은 기원전 280년에 2만 5,000여명의 군대를 이끌고 로마를 침공해 승리를 거뒀습니다. 그러나 이에 따른 희생은 컸습니다. 병사 가운데 70%가량을 잃고 만 것입니다. 결국 피로스 왕의 승리는 이익이 별로 없는 승리, 즉 상처뿐인 영광이라고 할수 있었지요.

 

#피로스의 저주 #무리수 #M&A가 가져온 재무리스크 #보아뱀 전략

 


승자의 저주는 피로스 왕의 승리와 같은 것을 가리키며, 다른 말로 '피로스의 저주' 라고도 합니다.

 

즉 지열한 경쟁에서 이겨 승리를 거뒀지만 그 과정에서 너무 많은 것을 잃어 결과적으로 손해가 큰 것을 말합니다.

미국의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가 1992년 《승자의 저주》라는 책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널리 알려졌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같은 사례가 있습니다. 2015년 7월,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입찰에서 승리한 한화그룹의 갤러리아면세점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당시 입찰에는 롯데면세점, 신세계 DF, 이랜드 등 5곳이 참여해 지열한 경쟁을 벌였지만, 결국 사업권을 쟁취한 것은 갤러리아면세점과 HDC신라면세점이었습니다.

 

구체적인 입찰 금액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중국인 관광객 급증에 따른 면세점 사업의 꾸준한 성장세로 미뤄 볼 때 상당한 금액이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피로스왕

 


면세점 신규 업체는 사업계획서와 경영 능력, 구역 관리 역량, 사회 발전 공헌도 등 다양한 요소로 평가해 선정합니다. 평가를 잘 받기 위해 뒤늦게 기부활동에 힘쓰는 기업들도 볼 수 있었죠. 그만큼 시내 면세점 유지는 기업들의 숙원 사업이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지열한 경쟁을 뚫은 갤러리아면세점을 승자의 저주 사례로 봅니다. 가장 큰 이유는 면세점 낙찰 이후 실적 부진이 계속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2014년까지만 해도 갤러리아면세점의 영업이익은 334억원이었지만, 2015년 12월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을 시작한 이후 지속적으로 매출 하락세를 보여 2016년에는 영업이익 12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서울 시내 면세점 간의 지나친 가격 경쟁과 마케팅 비용이 그 이유로 손꼽힙니다. 최근 사드 배지 여파로 중
국인 관광객이 급감하고 있어서 면세점의 적자는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승자의 저주는 경매나 기업 인수합병(M&A)에서도 많이 인용됩니다. 기업이 인수 경쟁에 몰입하다보니 적정가지를 크게 웃도는 금액을 지불하게 되고, 그 결과 인수로 인한 시너지효과는 별로 얻지 못하고 오히려 인수자금을 마련하느라 손해를 보는 거죠. 아래 표는 기업 인수합병으로 인해 승자의 저주에 빠진 기업들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승자의 저주를 떨쳐버린 사례도 있습니다. SK그룹의 반도체업체 SK하이닉스의 사례가 대표적이죠.


SK하이닉스는 현대그룹이 1983년에 세운 '현대전자산업' 의 옛 이름입니다. 현대전자산업은 장립 6년 만에 세계 반도체 시장점유율 20위권에 진입하는 성과를 냈지만, 1999년 외환위기 직후 LG반도체와 합병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당시 두 회사가 한몸이 되면서 회사가 떠안은 빚이 무려 15조원이 넘었습니다.


종합전자회사였던 현대전자산업은 메모리 반도체 전문 기업' 으로 회사의 체질을 바꾸기로 하고, 당시 운영하고 있던 메모리 반도체 이외 사업부문을 모두 팔아 지우고 현대그룹으로부터 분리했습니다.

 

 

또한 2001년 3월 회사 이름을 '하이닉스반도체' 로 바꿨습니다.
그러나 하이닉스반도체의 앞길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2000년대 초반의 반도체 가격이 급락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하이닉스 반도체는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신세가 됐습니다.

 

이에 최태원 SK회장은 2011년 약 3조 4,000억에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하며 회사 이름을 'SK하이닉스' 로 바꿨습니다.


이에 대해 재계 일각에서는 SK의 하이닉스반도체 인수가 '승자의 저주' 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SK하이닉스는 인수 이듬해인 2012년 2,273억원의 영업적자를 냈죠.


그러나 SK하이닉스는 최근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슈퍼호황' 에 힘입어 눈부신 실적 성장을 이뤄 명실상부한 그룹 주력사로 거듭났습니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2분기 매출액이 10조 3,705억원, 영업이익이 5조 5,739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습니다. 이는 2017년 2분기에 비해 매출액은 55%, 영업이익은 82.7% 급증한 성적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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