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dy/IT 이야기

[대표님 제발좀요...] 디자인 없는 비즈니스는 없다

AC 2019. 6. 30. 17:07

회사는 만들었고, 직원도 뽑았고 이제 사업하면서 매출 고민에 밤잠 설치는 시간을 맞이했는데,

돈 나갈 일이 수두룩할 거다.

 

손가락 사이로 머릿카락 잡고 끙끙 해봐야... 고정 지출을 줄이기가 만만치 않은게 사업이라지?

 

세금, 인건비, 임대료, 보험료, 제조비, 물품구매비 등등... 당연히 나가야 하는 비용 말고도 건건이 발생하는 지출까지도 합치면, 남는 건 모래사장에서 놀다가 신발 뒤집어 털면 나오는 모래 수준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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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왜 중요하다면서

쪼들리면 디자인부터 줄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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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합리적으로 생각해 보면, 지출을 줄일 때는 '당장 불필요한 것'부터 줄이는 것이 수순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불필요한 것일까?

 

물 티슈를 그냥 휴지로 바꾼다거나 TWG 티세트를 맥심 모카골드로 바꾼다거나, A4 용지를 아끼고, 이면지를 쓰고, 흑백인쇄를 기본값으로 설정하고 안 쓰는 조명을 끄고...,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

 

 

그리고 무엇보다 외주 비용을 줄이는 것이 순위에 오르는데, 여기서 외주라고 함은 개발, 디자인, 기타 용역일 것이다.

이 비용들을 줄이거나 없애면서 당장 나가는 큰 비용들을 줄이는 방법으로 허리띠를 졸라맨다.

 

- 회사소개서는 내부에서 만들자. 마케터야 너 포토샵 다룰 줄 알지? 니가 만들어

- 웹은 그 뭐냐 그냥 그 템플릿을 쓰자.

- 로고는 네이버에 보니까 10만원에 해주는 곳이 있던데?

 

 

물론 그냥 비디자이너가 만들어도 상당히 퀄리티 있는 수준급 결과물이 나올 수 있고, 템플릿도 잘 쓰면 멋지게 만들 수 있다. 10만원짜리라고 해도 꽤나 그럴싸한 로고가 나올 수도 있다. 다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결과물들이 쌓인다.

 

- 네이버에서 찾아본 10만원짜리 로고

- 돈 아끼려고 사내 디자이너에게 맡긴 PPT 제안서

- 필요할 때마다 마구 만든 엑셀, PPT, 한글, 워드 양식

- 공짜로 다운받아 쓰고 있는 폰트들

- 회사 사진은 그냥 휴대전화로 찍었는데 심지어 흔들린 사진들 

- 여기저기서 좋아 보이는 것들 짜집기한 페이스북 콘텐츠

- 한 달째 아무것도 안 올리고 있는 네이버 블로그

- 팔로어가 100명도 안 되는 인스타그램 계정

- 브랜딩과 디자인에 관심없는 직원들

- 관리자 계정만 받아서 간신히 배너만 만든 홈페이지

- 7월은 바쁘니까, 8월 되면 하자고 미뤄 놓은 재정비

 

 

보통 이런 것들이 사업에 큰 문제를 일으키거나 엄청난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차원의 문제를 일으키곤 한다. 디자인은 무언가를 보기 좋게 정리하고 치장하는 과정이 아니다. 사업에서 디자인은 조금 다른 개념으로 봐야 한다.

 

사업에서 디자인의 역할을 세 가지로 분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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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의 정체성을 정리하다, 브랜드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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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가 뭐하는 곳인지 설명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감동적인 연설로 청중을 울리는 방법도 있고, 한 편의 뮤직비디오 같은 영상, OHP 필름, 책자, 바디랭귀지 등등 표현 방법은 무궁무지낳다. 그러나 가장 직관적이고 접근이 쉬운 방법은 역시 '이미지'다.

 

보자마자 이해되는 비선형적 언어이자 여러 가지 의미가 함축되어 있고 효율적이며 비용도 저렴하다.

 

이 때문에 사업의 정체성을 구축할 때는 로고를 비롯해 다양한 비주얼 요소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흔히 브랜드 디자인이라고 불리는 영역이다. 브랜드 디자인은 정체성과 더불어 다른 업체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고 소비자의 머릿속에 브랜드를 각인하는 데 기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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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보이는 시스템을 구축하다.

이너 브랜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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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브랜드 디자인의 방향이 외부를 향해 있다면, 이너 브랜딩은 내부를 향해 있는 디자인이다. 디자인은 단순히 표식과 표의의 역할 외에도 사람의 행동과 이식에 영향을 미치면서 업무 효율성이나 시스템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 견적서, 신청서, 회의록, 기획안 양식과 같이 '생각을 규정하는' 틀

- 자리 배치, 조명, 웰컴 키트, 동선, 화장실 환경 등 '행동을 제한하는' 공간

- 협업 툴, 결재 시스템, 폴더링 방식, 자료 관리 방식 등 '생산성을 창출하는' 도구

 

이와 같은 역할도 디자인의 몫이다.

양식에 있는 사소한 '복귀 시간' 기재란이나 '회의 목표' 등의 공란이 회사 분위기, 회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이제 놀랍지도 않은 사실이다.

 

디자인의 목적은 심미성 이외에도 실제로 경험, 행동을 만드는 데에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수많은 직원이 수많은 행동을 하며, 살아가는 사무실 내부의 디자인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영역이다. 우리가 '그것도 디자인이었어?'라고 모른 채 지나가지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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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의 생명은 상품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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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사업체가 운영하는 서비스, 또는 생산하는 제품 자체의 디자인과 퀄리티다. 브랜드 로고가 아름답고 내부 시스템이 잘되어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실제로 판매하는 제품, 서비스의 퀄리티는 거의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한다. 웹 기반의 회사라면  UX에 정말 혼신의 힘을 기울이는 것이 옳다.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라면 패키징부터 배송까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넘길 수 없다. 앱 개발 회사라면 당연히 앱의 사용성과 유려한 UX, UI에 신경 써야 한다.

 

디자인은 사업 시작과 확장, 매출 발생 지점과 더불어 직원의 복지, 근속연수, 생산성 등 비즈니스 대부분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다. 흔히 '디자인'하면 로고, 회사소개서, 제안서, 포스터 등과 같은 브랜드 디자인, 제품 앱, 웹 등 상품 디자인을 떠올리지만, 회사 대표는 시스템이라는 관점에서 디자인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비슷한 제안서와 회사 소개서를 계속 만드는 것은 당연히 불필요하다.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이 아니라면 소개서 등은 미뤄도 무관하다. 그러나 사업 초기 단계라면 내부 양식과 업무 시스템을 갖추는 일을 미루면 안 된다.

 

그렇다면 소개서만 디자인이고, 내부 양식 리뉴얼은 디자인이 아닌 걸까?

 

방향성이 다를 뿐 결국 디자인이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 존재하는 항목들이다.

 

사업을 운영하면서 디자인을 고려할 때에는 브랜드 디자인, 이너 디자인, 상품 디자인, 이 세 가지 항목 중 우선순위와 중요도를 따져 빈 곳을 채워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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